“천연물 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새로운 소재의 발견과 독점 연구입니다. 퓨젠바이오는 세계적으로 덜 알려진 ‘세리포리아 락세라타’에 대한 특허장벽을 구축했고, 연구를 통해 다양한 효능을 밝혀냈습니다. 이를 깊이 연구한다면 성공적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혜동 연구소장 부사장(58·사진)이 지난해 10월 퓨젠바이오에 합류한 이유다. 유 부사장은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교 약학대학에서 해양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개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 귀국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천연물 소재 신약개발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연구에 전념했다. 천연물 신약개발 전문기업 세콰이아 사이언스(Sequoia Sciences) 재직시에는 마이크로그램(micro gram) 미만 단위의 시료 분석을 가능케 해, 천연물 신약개발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바이오파마 셀진(Celgene)에서는 블록버스터 항암제 ‘아브락산’ 대체 약물 개발을 포함한 신약후보물질의 생체이용률을 개선시키는 나노 약물 개발에 참여했다.

귀국 후 초당약품공업에서 연구소장으로 있었던 유 부사장을 지난달 29일 경기도 평촌 퓨젠바이오 연구개발센터에서 만났다.

◆ “천연물은 일당백, 대부분 효능 우수해”

퓨젠바이오는 2005년부터 항당뇨에 효과가 있는 잔나비불로초버섯의 종균을 배양하던 중 ‘세리포리아 락세라타’라는 미생물 균주가 공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세리포리아가 당뇨에 효능을 보였던 것이다. 이후 10여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최초로 인공배양에 성공했고, ‘클랩스(CLEPS)’라는 천연물 유래 신물질의 소재화를 이뤄냈다.

유 부사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신약 중 천연물 및 천연물 유래 약물의 비중은 한때 35%를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20%까지 낮아졌다”며 “그만큼 새로운 천연물 소재 신약 개발이 힘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세리포리아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장점이란 설명이다. 세리포리아는 2000년 일본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된 물질이다. 퓨젠바이오는 20여건의 관련 특허를 확보해 장벽을 쌓아놨다.

유 부사장은 “천연물은 생물들이 자기 생존을 위해 진화적으로 만들어낸 2차 대사물질”이라며 “생존을 위한 무기이기 때문에 대다수 질병에 효능이 있는 일당백의 물질”이라고 했다. 조금 과장한다면 새로운 천연물 소재를 찾았다는 것은 신약개발에 있어 50% 이상 앞서 가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가장 잘 알려진 천연물 신약은 아스피린이다. 버드나무 껍질 추출물에서 유래한 아스피린의 주된 효능은 해열 및 진통이다. 최근에는 심혈관질환은 물론 당뇨 합병증과 암, 치매 등에도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효능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퓨젠바이오는 당초 세리포리아 배양액을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 화장품에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연구 과정에서 당뇨, 퇴행성 질환, 면역력 조절 등에 효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의약품으로서 세리포리아의 가능성이 기대됐고, 이에 신약개발 전문가인 유혜동 박사를 영입한 것이다.

퓨젠바이오는 세리포리아 배양액을 이용한 항산화 기능성 화장품 ‘세포랩(cepoLAB)’을 올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해서는 원료의 개별인정형 승인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 “당뇨치료제 가능성 우선 연구, 복합 기전 기대”

유 부사장은 세리포리아의 당뇨 치료제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그는 “세포 수준의 효력시험으로 세리포리아의 인슐린 저항성 세포의 포도당 흡수 개선, 포도당 수송체 증가, 인슐린 전달 신호와 관련된 단백질 증가 등을 확인했다”며 “당뇨가 일어나는 원인은 여러가지인데, 복수의 기전으로 이를 제압할 수 있다면 강력한 신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세리포리아의 어떤 물질이 항당뇨에 효과가 있는지 찾을 생각이다. 이후 유효물질의 구조와 기전을 확립하고, 약물 가치를 평가한 이후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인 신약 개발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당뇨질환 동물에서 효능을 확인하고, 건강기능식품 임상을 통해 인체 적용시험도 마친 상황이라 유효물질을 찾는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의약품으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전임상 앞 단계의 연구들에 집중할 예정이다.

유 부사장은 “중장기적으로는 독창적 기술을 가진 국내외 기업 및 연구소들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거나, 기술수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